500조 와트 레이저로 하는 연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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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i besoin de toi - Julio Iglesias



.500조 와트 레이저로 하는 연구는?


NIF의 레이저가 모이는 타겟 챔버. 출처=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

미국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레이저 연구 시설이 있습니다. 국립 점화 시설(NIF, National Ignition Facility)이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192개의 초강력 레이저를 2mm가 채 안 되는 작은 점에 집중시키는 장치로 1.85MJ 에너지 혹은 500TW(Terawatt. 테라와트=1조 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에너지를 한 점에 집중시켜 수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지난 2009년에 완공되어 2012년 최대 출력에 도달했으며 건설비만 3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과학 장치입니다. NIF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이후 실제 수소 폭탄 실험 없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도 있지만, 인류를 위한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같이 진행합니다. 하지만 초고온 초고압 환경이 필요한 연구에 더 폭넓은 응용이 가능합니다. 최근 NIF는 새로운 연구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그것은 우주에 흔한 행성인 슈퍼지구의 내부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슈퍼지구는 지구보다 몇 배 큰 질량을 가진 암석형 행성으로 태양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다른 행성계에는 매우 흔한 천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슈퍼지구에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외부 환경에서 대기를 지켜줄 자기장의 존재입니다. 화성 역시 30~40억 년 전에는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만큼 따뜻한 환경이었지만, 약한 자기장과 중력 때문에 대기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지금 같이 춥고 생명체가 살기 힘든 행성이 되었습니다. 반면 지구는 강한 자기장이 있어 태양에서 나오는 태양풍과 태양 폭풍을 막아주기 때문에 대기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슈퍼 지구 가운데는 지구보다 훨씬 강한 항성풍에 시달리는 행성들이 많기 때문에 지구보다 강력한 자기장이 없다면 대기와 바다를 지키기 힘들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슈퍼지구는 지구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을 지닐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강할지는 모릅니다. 불행히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의 자기장을 직접 측정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행성 자기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성 핵의 환경을 연구해서 간접적인 추정은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백만 기압이 넘는 고온 고압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다른 방법으로는 연구가 어렵고 NIF의 500조 와트 레이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학자들은 NIF의 강력한 레이저와 TARDIS (target diffraction in situ)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5~20megabar에 달하는 고압 환경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행성 핵을 이루는 주요 성분인 철을 이런 환경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해서 슈퍼 지구 중심부는 물론 지구 중심부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슈퍼 지구의 자기장의 세기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과학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경쟁하기 힘든 수준의 거대 과학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학 장비가 결국 여러 분야에 활용되면서 다른 분야까지 같이 발전시키는 것이죠. 우리가 모두 따라 할 순 없겠지만, 선택적으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머리카락과 눈썹 길이 다른 이유는?



경북대·UC어바인 연구진, 쥐 털 길이 조절 단백질 그룹 기능 규명
한 사람의 몸에 난 털이지만, 머리카락과 눈썹은 다른 길이로 난다. 눈썹을 오랫동안 길러도 머리카락만큼 길게 자라지는 않는다. 최근 경북대 의대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부위마다 털의 길이가 다른 이유를 밝혔다. 쥐의 털 길이를 조절하는 단백질 그룹의 기능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쥐의 등, 배, 턱, 머리 등 몸의 각 부위의 털이 자랄 때 차이가 있는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Wnt 신호전달체계'나 'Bmp 신호전달체계'에 속하는 단백질임을 확인했다. Wnt 신호전달체계에 속하는 단백질의 경우 모낭에서 털의 길이 성장을 촉진했고, BMP 신호전달체계에 속하는 단백질은 성장을 저해했다. 예를 들면 쥐 귀에는 털이 잘 나지 않는데, 이는 털 생장을 억제하는 Bmp 신호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반면 배 쪽이나 턱수염은 털이 자라는 속도가 빠른데 이는 Wnt 신호 관련 단백질의 양이 많아 털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이런 신호 단백질들을 조절하면 쥐의 각 부위의 털을 길거나 짧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수학'의 힘을 빌려 컴퓨터 상에서 시뮬레이션한 뒤 적합한 단백질을 골라 실제 쥐에 적용해 생물모델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질적인 학문의 '융합'으로 얻은 결과다. 연구를 진행한 오지원 경북대 의대 해부학교실 모발이식센터 교수는 "눈썹 같은 털은 짧은데 머리카락은 왜 긴지 등 우리는 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찾은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탈모 부위의 성질을 규명하거나 탈모 진행 정도를 조절하는 등 사람의 머리카락과 관련된 연구에도 이번 연구 결과를 신중히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온라인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 11일 자에 실렸다.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을 대신할 전류의 새 정의



1960년 제 11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국제단위계 7개가 정해진 뒤에도 각 단위를 정비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길이나 시간, 광도의 단위가 11차 총회 이후 정비됐다. 나머지도 2018년 마저 정리될 예정이다. 특히 질량 다음으로 정의가 정해진 지 오래된 ‘전류’ 역시 그 대상이다. 전류의 정의는 1948년 제9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정해졌다. ‘1 A(암페어)는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 m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매 m당 2×10-7 N의 힘이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전류’라는 모호하고 긴 정의다. ‘무한히 길고’ ‘무시할 만큼 작은’ 크기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전류’를 새로운 방법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싶어하는 것은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친다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다. 전류가 생기는 것은 전하를 띄는 입자인 전자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 1개가 띄는 전하량을 정확하게 안다면 1 A를 정의하기 쉽다. ‘1 A는 전하량 XXXX C(쿨롱)을 띄는 자유 전자 n개가 전자의 지름과 같은 도선을 1 초 동안 통과할 때 생기는 전류’ 같은 식으로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 1개의 전하량을 측정하려는 시도는 이미 1910년부터 있었다.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밀리컨은 평행하게 놓인 금속판 두 개 사이에 전하를 띈 기름방울을 놓고 두 금속판 사이에 생긴 전기장을 이용해 기름방울이 가진 전하량을 계산했다. 실험을 반복하면서 전하량이 어떤 값의 정수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밀리컨은 이 공로로 192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밀리컨이 발견한 ‘어떤 값’이 바로 전자 1개가 갖는 기본 전하량 ‘e’다. 그 뒤 1930년 대에 들어서면서 다른 물리 상수들의 관계식을 이용해 e를 구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패러데이 상수(F)와 아보가드로 상수(NA)를 이용해 하는 식이다.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은 초전도체 두 개 사이에서 일어나는 초전도 전자쌍에서 터널링 현상(조셉슨 효과)를 이용해 e를 측정하고 있다. 이달까지 측정한 결과를 이용해 내년인 2018년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새로운 정의를 합의할 예정이다. 새로운 정의가 내려지면 더 이상 표준 과학자들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김남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측정센터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정의가 결정되면 그 때부터 세계 표준 과학자들은 더 바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정의에 따라 해당 단위를 측정할 도구를 개발해야 하기 떄문이다. 문장으로 정의된 내용을 현실에서 구현해 앞으로 일상과 연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정의는 2018년 여름에 확정돼 2019년, 세계 측정의 날인 5월 20일부터 정식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2017년 7월도 이제 약 일주일 가량 남았다. 재정의에 필요한 실험도 곧 끝날 것이다. 새로운 정의가 가져올 미래가 기대된다.



.첫사랑의 기억이 오래가는 이유? 어느 연구자의 결론



“내 눈은 나의 나이지만 내 귀는 아버지의 나이를 갖고 있다”
지금도 동아프리카 부족의 족장은 아이들을 모아두고 이런 말을 한다. 눈은 그저 내가 본 것만 알고 있지만, 귀는 아버지로부터 전달받은 경험까지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기억은 수 천 년 동안 추상적인 언어였다. 한 사람의 기억은 그가 겪은 경험으로 해석됐고, 여러 사람에 걸쳐 알려지거나 여러 세대에 걸쳐 함께 공유하게 된 다수의 경험이 비로소 ‘지혜’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반적인 교육을 받은 21세기 현대인이라면 이런 기억이 뇌의 신경계를 이루는 뉴런에서 비롯된다는 데 고개를 끄덕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사라지는지’ 혹은 ‘쉽게 잊히는 단기 기억과 일평생 생생한 장기 기억은 어떻게 구분되는지’와 같은 물음 앞에선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19일 미국 뉴욕대 신경생물학과 니콜라이 쿠시킨 교수팀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새로운 가설을 담아 ‘기억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제목의 리뷰논문을 학술지 ‘뉴런’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기억에 관한 3가지 모델이 존재했다. 단기기억과 중기기억, 장기기억이 각각 저장되는 위치가 다르다는 ‘다중 저장 모델’(a)과 기억마다 뇌에 각인되는 강도가 다르다는 ‘처 리강도 모델’(b),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주 떠올리는 기억이 오래간다는 ‘시간층 모델(c)’이다. 시간층모델은 외부자극에 따라 자주 떠올려지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지난 수 십년간 이뤄진 뇌 연구를 바탕으로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물론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는 ‘실시간 계층(Temporal hierarchy) 모델’을 내세웠다.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자극이 우리 뇌에서 단기기억으로 남는 데, 이때 자주 자극받는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다. 어떤 날, 단기기억 A, B, C가 순차적으로 발생했다고 하자. A는 '아침에 일어난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난 기억', B는 '점심에 그 사람과 함께 파스타를 먹은 기억' 그리고 C는 '그 사람이 헤어지기 전에 건네준 책을 받은 기억'에 대응한다. 이 세 가지 기억은 ‘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이라는 요소로 묶여있다. 실시간 계층 모델에 따르면 여러 번 자극 받은 단기기억 A가 가장 먼저 장기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다. B나 C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A도 함께 자극받기 때문이다. 이 모델를 통해 첫사랑을 오래 못잊는 이유도 추론할 수 있다. 두번째, 세번째로 만난 사람보다 첫사랑의 상대와 관련한 기억들이 뇌 곳곳에서 장기기억으로 변환돼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가설의 근거는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 이론이다. 뇌에는 무수한 신경세포와 그들이 이루는 약 1000조 개의 촘촘한 신경망이 있다. 뇌가소성은 외부의 열이나 힘에 따라 변하는 플라스틱처럼, 자극 때문에 신경망이 강화되거나 약화하는 성질을 말한다. 쿠시킨 교수는 “외부자극이 각 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비롯해 신경세포의 틈인 시냅스, 그 사이를 흐르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양을 바꾼다”며 “그 모든 변화가 신경망의 연결을 변화시켜 기억을 약하게 하거나 오래가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가설이 증명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쿠시킨 교수는 “실시간 자기공명영상(MRI) 등 뇌를 관찰하는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향후 분자단위 이하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뇌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야 가설을 입증하고 기억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것”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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